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지식과 경험이 쌓인다. 하지만 지식과 경험이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더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고, 과거의 경험이나 성공에 집착하기 쉬워진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기존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정보를 자신의 생각에 맞게 해석할 수도 있다.


찰리 멍거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갖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오류와 판단의 함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 수정할 수 있는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멍거는 정신적 격자 모형(Mental Models),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 역으로 생각하기(Inversion), 심리적 오판 경향(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 같은 개념을 강조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

멍거의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출발점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개념이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만큼이나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상승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쉽게 “실적이 좋아서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리, 시장 전체의 상승, 기관의 매수,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따라서 “왜 올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한 판단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추측하고 있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이 구분이 사라지면 추측이 사실이 되고, 그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또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는 태도

멍거는 인간이 합리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인간의 판단을 왜곡하는 다양한 심리적 경향을 정리했고 이를 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 즉 인간의 잘못된 판단을 만들어내는 심리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게 평가하고, 싫어하는 것을 나쁘게 평가한다. 자신이 이미 투자한 대상은 계속 옳다고 믿으려 하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을 따라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직장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작은 행동 하나가 불편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의 부정적인 행동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수 있다.


이때 “역시 저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내가 이 사람을 좋아했다면 같은 행동을 어떻게 평가했을까?”라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판단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감정이나 편향이 개입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결론을 수정하는 태도

멍거식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했다고 하자.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력이 약해지고 수익성이 떨어지며 경영진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면 기존 판단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내가 이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했던 근거는 무엇인가?”


“그 근거가 지금도 유효한가?”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멍거가 강조했던 것은 자신의 과거 판단에 자존심을 걸지 않는 태도였다. 새로운 사실이 기존의 생각과 충돌한다면 생각을 수정해야 한다.


이것은 주관과 아집의 차이이기도 하다.


주관은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에 근거해 내린 결론이다. 반면 아집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음에도 기존 결론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판단을 기록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기록하면 시간이 지난 뒤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여 판단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


“당시에는 A와 B라는 정보를 가지고 C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D라는 정보가 추가되었다. 따라서 기존 판단을 수정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된다.




역으로 생각하여 실패를 피하는 태도

멍거의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역으로 생각하기(Inversion)다.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그러나 멍거식 사고에서는 “어떻게 하면 실패할까?”라는 질문도 중요하다.


멍거는 “내가 어디에서 죽을지 알고 싶다. 그러면 그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표현으로 이러한 사고방식을 설명했다.


투자를 예로 들어보면 “어떤 종목을 사야 큰돈을 벌 수 있을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면 큰돈을 잃을까?”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과도한 빚을 사용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한 종목에 재산 대부분을 넣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검증하지 않고 따라가는 행동은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행동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멍거의 사고방식에서는 성공하는 방법을 찾는 것만큼 실패하는 방법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실수를 피하는 태도

멍거는 뛰어난 선택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보다 어리석은 선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인생에서는 항상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없다. 정보가 부족하고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실수를 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능하다.


투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피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을 피하고, 지나친 집중투자를 피하고, 감정적인 매매를 줄이는 것 등이 그 예다.


이런 원칙은 투자뿐만 아니라 직장과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행동을 할 수는 없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만들어진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는 태도

멍거가 강조한 정신적 격자 모형(Mental Models)은 세상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경제학, 심리학, 역사, 수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원리를 배우고 그것을 서로 연결하여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가격과 효용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증거나 군중심리로 설명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는 브랜드 효과로 볼 수 있고, 행동경제학에서는 손실회피나 확증편향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나의 현상을 여러 모델로 바라보면 하나의 설명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멍거가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던 이유도 이러한 정신적 격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감정이 판단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태도

멍거가 인간의 심리적 오류를 중요하게 본 이유는 감정이 판단을 쉽게 왜곡하기 때문이다.


분노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공포에 빠지면 위험을 실제보다 크게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욕심이 생기면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한 주식이 급락했을 때 공포 때문에 좋은 기업까지 팔아버릴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계속 오를 때는 욕심 때문에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감정이 강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 판단에 분노나 공포가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가?”


라고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행동 사이에 거리를 만들 수 있다.




평생 배우는 태도

멍거는 독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평생 계속 책을 읽지 않는 현명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이것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뜻으로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자신의 정신적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태도다.


심리학을 공부하면 인간의 편향을 이해할 수 있고, 역사를 공부하면 반복되는 패턴을 볼 수 있으며, 경제학을 공부하면 인센티브가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배운 원리를 연결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평생 학습은 지식을 쌓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사고방식을 계속 수정하는 과정이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태도

멍거의 사고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자기기만(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실을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있을 때 “언젠가는 오를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투자 논리가 아니라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때 “오늘 처음 이 주식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도 살 것인가?”라고 질문해볼 수 있다.


이 질문은 과거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제거하고 현재의 판단만 바라보게 한다.


자신의 행동에도 같은 질문을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왜 이것을 믿고 싶은가?”


“내가 이 결론을 유지하면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이런 질문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욕망에 맞춰 현실을 해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준다.




멍거가 말하는 정신의 유지

멍거의 사고방식을 하나의 원칙으로 정리하면 자신의 생각을 갖되 자신의 생각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하고,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결론을 수정하고, 역으로 생각하여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일에는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면서 평생 자신의 정신적 모델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는 것이다.


주관이 없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기준과 판단을 가져야 한다. 다만 그 판단이 현재까지의 정보에 근거한 잠정적인 결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나는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렇게 판단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이 판단은 바뀔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과거의 판단에 자신을 묶어둘 필요가 없어진다. 어제의 내가 내린 결론이 오늘 틀렸다면 오늘 수정하면 된다.


결국 멍거가 말하는 정신의 유지는 자신의 생각을 지키는 능력이 아니라, 더 나은 정보가 들어왔을 때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식은 계속 변하고 상황도 계속 변한다.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결론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자신의 판단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는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