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하나다.
내일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어떤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거나 나쁘거나, 어떤 사람이 약속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거나 한다. 미래가 현실이 되는 순간, 수많은 가능성은 사라지고 하나의 결과만 남는다.
그런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미래를 하나로 다루지 않는다.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생각하고, 각각의 가능성이 현실이 될 확률을 판단하면서 현재의 행동을 결정한다.
왜 그럴까? 미래가 여러 개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지식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이 아니다. 관측하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측정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변수도 있다. 설령 많은 변수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변수 하나하나를 아는 것과 그 변수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아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에는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고, 그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현재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완전히 계산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는 미래 자체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로부터 미래를 추론한다.
예를 들어 내일 비가 올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아침에는 기압, 습도, 구름의 움직임, 바람 등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비가 올 확률을 30%라고 판단했다고 하자.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새로운 관측 자료가 들어온다. 구름의 이동 방향이 예상과 달라졌고, 습도가 높아졌으며, 기압의 변화도 비가 올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비가 올 확률을 70%로 수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현실이 30%의 미래에서 70%의 미래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내일의 날씨는 처음부터 하나의 결과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우리가 아침에 비가 올 확률을 30%라고 판단하고 있었을 때도 실제 미래는 그중 하나였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오후가 되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자 우리의 판단이 달라졌다. 30%였던 판단이 70%로 수정된 것이다. 변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확률은 미래를 여러 개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미래가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우리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A라는 미래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B가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실이 A에서 B로 이동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현실은 하나였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했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서 현실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현실에 가까워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미래가 발생하는 순간, 여러 후보 중 하나가 현실로 드러난다. 그때 여러 가능성이 하나의 결과로 수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래가 그 순간 하나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 순간에야 무엇이 실제였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의 다음 분기 실적이 좋을 가능성을 처음에는 40%라고 판단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후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 경쟁사가 생산 차질을 겪고 있고, 해당 기업의 주문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 그러자 실적이 좋을 가능성을 80%로 수정한다.
그렇다고 기업의 실제 미래가 40%에서 80%로 변한 것은 아니다. 다음 분기의 실제 실적은 결국 하나의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가 40%라고 판단했던 시점에도 그 실제 실적은 아직 관측되지 않았을 뿐이다. 80%라는 새로운 확률은 미래가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은 우리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수정했다는 의미다.
이것이 확률을 이해할 때 중요한 부분이다. 비가 올 확률이 30%였다가 70%가 되었다고 해서 현실에 30%의 미래와 70%의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확률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가진 정보로 판단했을 때 각각의 결과가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지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따라서 확률은 미래를 여러 개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미래가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우리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여러 시나리오를 관리하는 이유도 분명해진다. 우리가 관리하는 것은 여러 개의 현실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여러 개의 가설이다. A라는 미래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도 B와 C라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은 현실이 여러 개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미래가 실제로 발생할지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A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B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현실이 A에서 B로 이동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현실은 하나였고,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새로운 정보는 현실을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 중 어느 것이 현실에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우리의 능력을 높여준다.
그리고 실제 미래가 발생하면 여러 후보 중 하나가 현실로 드러난다. 이때 우리는 마치 여러 미래가 하나로 수렴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미래가 그 순간 하나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 순간에야 무엇이 실제였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예측과 의사결정의 의미도 바꾼다. 예측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정보로 가능한 결과들을 구분하고, 각각의 가능성을 판단하며,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예측을 현실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예측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지식의 간격을 잊게 된다. 반대로 "현재 정보로는 이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따라서 좋은 의사결정은 하나의 미래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기준으로 행동하면서도 다른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과 다른 정보가 나타났을 때 기존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불확실성을 관리한다는 것은 미래를 여러 개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미래를 우리가 아직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현재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미래는 하나지만, 현재의 우리에게는 여러 후보로 존재한다.
지식이 늘어난다는 것은 미래가 여러 개에서 하나로 줄어드는 과정이 아니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미래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불확실성이 조금씩 줄어드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미래가 여러 개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미래를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