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실망시키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고, 상대방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항상 친절하고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고만 한다면, 정작 자신의 삶과 기준을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것도 때로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만약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것이 늘 두렵다면, 내가 왜 상대방의 감정까지 책임지려고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내가 반드시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상대방의 감정까지 자신의 책임처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과 그 감정을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친절과 배려는 분명 중요한 가치입니다. 다만 친절과 배려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계속 받아들이거나, 상대방의 기대에 나를 맞추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타인을 실망시키더라도 내 경계를 분명히 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과 상대방이 책임져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실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내가 부당하게 행동했다면 돌아보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정당하게 내 의사를 표현하고 필요한 거절을 했음에도 상대방이 실망했다면, 그 감정까지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리더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만 한다면 필요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집니다. 조직을 위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리더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고려하되 필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으로 발생하는 불만과 실망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을 실망시키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되 그 사람의 기대에 끌려가지 않고, 친절하되 자신의 기준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배려와 자기희생을 구분하고, 책임과 과도한 책임감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의 선택과 경계를 존중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때로는 내가 상대방을 실망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견딜 수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한다면, 적어도 그중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어야 합니다.